오늘 본 최고의 글(오늘도 시를 읽고, 쓰고, 가슴에 새기다) no.2

참고도서: 매일 시 한잔(잊지 않기 위해 매일 시 한 잔을 마십니다)
시를 읽는 일은 나 자신과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처음 사랑을 만난 날의 황홀함, 사랑하는 이에게 내 마음을 전하던 날의 떨림, 평생 함께할 줄 알았던 사람이 영영 떠나버린 날의 슬픔…. 나보다 먼저 그 감정에 흐느꼈을 시인들의 마음이 절절히 담긴 시를 읽다 보면, 모든 시는 곧 내 이야기 내 감정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 시인들과 마주 앉아 시시콜콜 내 마음을 전하듯 시를 읽고, 쓰고, 마음에 새겨보자.
수라 – 백석
거미 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언제인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 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 알만 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 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아나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히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젖지 않는 마음 – 나희덕
여기에 내리고 거기에는 내리지 않는 비 당신은 그렇게 먼 곳에 있습니다. 지게도 없이 자기가 자기를 버리러 가는 길 길가의 풀들이나 스치며 걷다 보면 발끝에 쟁쟁 깨지는 슬픔의 돌멩이 몇 개 그것마저 내려놓고 가는 길 오로지 젖지 않는 마음 하나 어느 나무 그늘 아래 부려두고 계신가요 여기에 밤새 비 내려 내 마음 시린 줄도 모르고 비에 젖었습니다. 젖는 마음과 젖지 않는 마음의 거리 그렇게 먼 곳에서 다만 두 손 비비며 중얼거리는 말 그 무엇으로도 돌아오지 말기를 거기에 별빛으로나 그대 총총 뜨기를
아들에게 - 문정희
아들아 너와 나 사이에는 신이 한 분 살고 계시나 보다 왜 나는 너를 부를 때마다 이토록 간절해지는 것이며 네 뒤, 모습에 대고 언제나 기도를 하는 것일까? 네가 어렸을 땐 우리 사이에 다만 아주 조그맣고 어리신 신이 계셔서 사랑 한 알에도 우주가 녹아들곤 했는데 이제 쳐다보기만 해도 훌쩍 큰 키의 젊은 사랑아! 너와 나 사이에는 무슨 신이 한 분 살고 계셔서 이렇게 긴 강물이 끝도 없이 흐를까?
쓸쓸한 날의 연가 – 고정희
내 흉곽에 외로움의 지도 한 장 그려지는 날이면 나는 그대에게 편지를 쓰네! 봄 여름 가을 겨울 편지를 쓰네! 갈비뼈에 철썩이는 외로움으로는 그대 간절하다 새벽 편지를 쓰고 허파에 숭숭한 외로움으로는 아직 그대 기다린다. 저녁 편지를 쓰네! 때론 비유법으로 혹은 직설법으로 그대 사랑해 꽃 도장을 찍은 뒤 나는 그대에게 편지를 부치네! 비 오는 날은 비 오는 소리 편에 바람 부는 날은 바람 부는 소리 편에 아침에 부치고 저녁에도 부치네! 아! 그때마다 누가 보냈을까 이 세상 지나가는 기차표 한 장 내 책상 위에 놓여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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