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베스트 글&영상1📜

오늘 본 최고의 글(“어른으로 사느라 힘들었죠? 당신이 바보라는 거 알고 있으니 안심해요.”)

by LoveGuardian 2022. 9. 28.

오늘 본 최고의 글(“어른으로 사느라 힘들었죠? 당신이 바보라는 거 알고 있으니 안심해요.”)

참고도서: 불안한 사람들(프레드릭 배크만 장편소설)

 

흔히 인간의 성격은 경험의 총합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게 전적으로 맞는 말은 아니다. 과거가 모든 것을 규정한다면 우리는 자기 자신을 절대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어제 저지른 실수들이 우리의 전부는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선택, 다가올 미래도 우리의 전부라고 말이다.

평범한 은행에 권총을 든 강도가 들었다. “나는 강도다! 88만 원 내놔!”, “88만 원? 0을 두어 개 빠뜨린 것 아녜요? 아무튼 여긴 현금 없는 은행인데요?” 충동적이긴 했지만, 하필 털려고 들어간 은행이 현금 없이 운용되는 캐시리스(cashless)’ 은행이었다.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직원이 짜증스럽게 외치자 은행 강도는 어쩔 줄 몰라 밖으로 도망갔다. 무작정 달려간 곳은 은행 맞은편의 아파트였다. 꼭대기 층까지 다다르자 문이 열린 집이 있었다. 그곳에 급히 숨어든 강도는 깜짝 놀랐다.

 

강도가 들어간 집은 오픈 하우스(팔려고 내놓은 매물을 모델하우스처럼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는 행사)였다. 그곳은 집 구경을 온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곧, 권총을 발견한 한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 “어머, 어떻게, 강도가 들었어요!” 이렇게 은행 강도는 은행을 터는 데 실패한 대신 인질극을 벌이는 데에는 성공했다. 곧이어 출동한 경찰과 기자들이 건물을 에워쌌다. 인질들은 모두 공포에 질렸지만 사실 누구보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건 강도였다. 강도에겐 사랑스러운 두 딸이 있었다.

 

어느 날 배우자가 외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심지어는 불륜 상대는 강도의 직장 상사였다. 월요일에 출근하자 상사는 이렇게 말했다. “모두 불편할 테니. 자네가 회사를 그만두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강도는 아이들에게 흉한 꼴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집을 나오고 회사를 정리했다. 그러고 나서 얼마 뒤에, 변호사는 집도 직업도 없는 후견인에게 양육권을 줄 수 없다고 협박했다. 월세방 구할 돈을 빌리러 은행에 가보았지만, 은행원은 땡전 한 푼 없는 사람에게 누가 돈을 빌려주겠느냐고 했다.

강도는 지하실 창고에서 밤을 보냈다. 우연히 그 창고에서 장난감 권총을 발견하고 털모자를 뒤집어쓰고 은행을 찾아갔다. 은행에서 월세로 낼 88만 원만 챙기면 월급을 받자마자 갚겠다고 다짐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일이 꼬여서 당황스럽기만 했다. 이렇게 인질극까지 벌일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렇게 인질극까지 벌일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때, 인질 중 한 부부가 속닥였다. “돈 꺼내, 여보!”, “현금이 하나도 없어요!” 그러자 강도가 말했다. “돈은 필요 없어요. 여러분! 제가 생각을 하고 싶은데요. 혹시 바닥에 엎드려 잠깐 조용히 계실 수 있을까요?”

 

하지만 아무도 엎드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바닥이 더럽다고 불평했고 한 임산부는 몸이 무거워서 못한다고 거부했다. 강도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나는 누굴 해칠 생각은 없어요. 나는 그냥 월세 낼 돈이 필요했거든요.” 강도가 눈물을 흘리며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옆에서 지켜보던 인질들이 강도에게 휴지를 건네줬다. “죄송해요, 어쩌면 제가 자수하는 편이 최선일지 모르겠네요.” 사정을 딱하게 여긴 인질들은 강도를 말리며 강도가 무사히 이 아파트를 빠져나갈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경찰에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전부 실수였다고?”, “아뇨, 그건 안 될 것 같아요.”, “그럼 어찌어찌 도망칠 수 있지 않을까요?”, “경찰이 지키고 있는데 무슨 수로 도망을 가!” 인질들은 이 사태를 해결할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 강도가 말했다. “제게 좋은 생각이 있어요. 하지만 여러분에게는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제가 어떤 식으로 탈출할 생각인지 밝히면 경찰 조사를 받을 때 여러분이 거짓말을 해야 하잖아요. 하지만 여러분이 지금 여기서 나가면 그대로 얘기해도 돼요. 문을 닫았을 때 제가 이 아파트 안에 있었다고요. 그 뒤로 제가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고요.”

 

인질들은 이의를 제기하고 싶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몇 시간 후, 인질들이 모두 무사히 풀려났다. 그리고 은행 강도는 혼자 아파트에 남았다. 얼마 후, 아파트 안에서 총성이 들렸다. 경찰이 아파트 문을 부수고 들어갔을 때 거실 바닥은 피투성이였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발코니 문과 창문은 모두 잠겨 있었고 다른 출구는 없었다. 강도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진실. 세상에 진실은 없다. 우리가 우주의 경계에 대해 어찌어찌 알아낸 게 있다면 우주에는 경계가 없다는 것뿐이고, 신에 대해 아는 게 있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뿐이다. 누구나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이 되라고 말한다. 그러나 누구도 어른이 되는 것이 이토록 많은 용기와 책임감과 결단이 필요하며,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심지를 다잡아야 하는 일이라고는 말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몸만 커버린 어른들은 어쩌다 인생이 이 자리에 와 있는지 의아해하며, 바로 앞에 닥친 하루를 꾸역꾸역 그러나 성실히 살아낸다.

Loveguardian Goods https://loveguardian.creator-spring.com

Loveguardian KakaoView (친추) 함께 해 주실 거죠!http://pf.kakao.com/_syxmTb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