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 최고의 글(2%의 행운이 중요한 이유는 초경쟁 사회이기 때문이다. 타인보다 좀 더 성공한 이라면 거기엔 ‘행운’이 작용한 것이다)
참고도서: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행운, 그리고 실력주의라는 신화)
자신의 행운에 대해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불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잘 느끼지 못합니다. 그 결과는 정치 세계의 천박함이나 아무리 노력해도 살림살이가 팍팍한 사람들에 대한 공감 부족으로 나타납니다. 재능과 노력이라는 요소는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가장 커다란 보상을 차지하기 위한 사회적 경쟁이 너무나 격렬한 우리 시대에 재능과 노력만으로 승리를 보장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고 오히려 거의 모든 경우에 상당한 행운이 필요합니다.
청소년 축구 국가대표 선수인 민규와 수철. 둘 다 알아주는 노력파에 실력도 아주 뛰어나 어릴 때부터 축구 유망주로 불렸습니다. 여러 번 부상을 당한 민규는 중요한 경기마다 제 기량만큼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 두 사람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수철이는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되었고, 해외 진출에 성공하며 세계적인 선수가 되었습니다. 반면, 민규는 다른 길을 선택해서 평범하게 살고 있습니다. 비슷한 재능으로 비슷하게 노력했는데 왜 누군가는 성공하고 누군가는 성공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세계 최고의 경제학자 로버트 H. 프랭크는 노력과 재능보다 ‘행운’이 성공에 훨씬 더 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보통 성공이 전적으로 개인적인 선택과 능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합니다. 아무리 재능 있고 야심으로 가득 찬 사람이라도 먹고살기 바빠 교육에 무관심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다면 “이 문제 좀 풀어주세요”, “아빠 피곤해”, “엄마는 지금은 바빠” 성공은 그림의 떡일 확률이 높습니다.
반면, 아이 교육에 관심을 쏟는 부모 밑에서 태어난다면 이미 커다란 행운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좋은 부모뿐만 아니라 지역, 학교, 사회적 제도 등 여러 가지 행운의 요소들이 성공에 영향을 미치죠. 세계적인 기업가인 빌 게이츠는 대표적인 행운아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는 자신의 노력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으며 오랜 시간 프로그래밍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그와 비슷한 환경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학생들이 얼마나 있었냐고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지구촌을 통틀어 50명이나 됐을까요? 저는 어려서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에 접근하기 쉬운 환경을 누렸는데, 이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운이 좋은 사건들 덕분이었습니다.” 이처럼 행운을 가진 사람들은 엄청난 재능만 있다면 자기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충분히 주어집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없는 불운한 사람들도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고 실력으로 평가받는 완벽한 능력주의 사회에서라면 행운의 역할이 줄어들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경쟁 상황에서 행운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욱 커집니다. 능력주의 사회일수록 능력 수준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재능과 노력이 거의 최고 수준에 가까운 경쟁자들이 수두룩합니다. 따라서 모든 경쟁자 중 가장 재능이 뛰어나고 가장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라도, 행운이 더 많이 따르는 사람에게 지기 마련입니다. 결국 능력주의 사회에서조차 승자는 거의 언제나 운이 좋은 사람 중에서 나온다는 의미가 됩니다.
미국 상위 10위권 대학의 경제학부 조교수들을 조사한 결과, 이름에서 성에 들어가는 첫 알파벳이 빠를수록 대학의 종신 교수가 될 가능성이 컸는데요, 공동으로 쓴 논문에서 저자 이름을 알파벳순으로 기재하는 경제학의 관례가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저자의 이름을 알파벳순으로 적지 않는 심리학계에서는 이런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죠. 이처럼 사소해 보이는 우연한 요인들이 인생에서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는 사례는 무궁무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성공이 운 때문이었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합니다. 자신이 좋은 머리로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어 하죠. 이렇게 자신의 행운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불운에 대해서도 무관심합니다. 그 결과는 아무리 노력해도 삶이 팍팍한 사람들에 대한 공감 부족으로 나타납니다. 우리는 인생에 있어 노력과 실력만큼이나 ‘행운’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자신의 성공을 일정 부분 ‘행운’ 덕이라 여기는 사람이 자신이 누리는 성공에 고마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행운을 얻을 기회가 없는 다른 사람에게 자기 노력의 결실 중 일부를 관대하게 베풀 가능성도 큽니다. 행운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태도는 운으로 인한 불평등을 인지하고, 타인의 삶과 사회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행운이 성과에 아주 작은 영향만을 미치는데도 운이 좋지 않고서는 경쟁자가 많은 상황에서 승리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두 가지 요인과 관련 있다. 첫째, 행운은 필연적으로 임의성을 띠기 때문에 가장 능력 있는 경쟁자라고 해서 남보다 운까지 좋을 수는 없다. 둘째, 경쟁자 수가 많으면 재능 수준이 최고에 가까운 사람 또한 많기 마련이고, 그들 가운데 적어도 누군가는 운마저 굉장히 좋을 수 있다.
따라서 경쟁자 집단의 규모가 매우 크다면 가장 유능한 경쟁자만큼 능력이 뛰어나지만, 운이 훨씬 더 좋은 사람도 거의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전체 성과에서 행운이 매우 작은 부분만 좌우한다 해도, 경쟁자가 많은 상황이라면, 가장 유능한 사람보다는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 승리하는 게 보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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