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 최고의 글(“외로움은 누군가 우리를 필요로 할 때 끝나는 감정.”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된 타인의 선의)

참고도서: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어떤 기억은 이 세상의 것이지만 어떤 기억은 내세에야 떠오른다는 것을 그들은 몰랐다. 하지만 생명은 다른 생명과 맞바꿔졌다.)
동떨어진 이야기 같은 건 없다. 인생사는 베틀에 걸린 실처럼 얽혀서 우리도 모르는 방식으로 짜인다. 죽는 순간이 가까워지면 이승과 저승 사이의 베일이 벗겨진다. 천국과 지상이 겹쳐진다. 그럴 때면 이미 떠난 영혼들을 힐끗 볼 수 있다. 내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들도 다가가는 나를 볼 수 있다. 곧 죽는다는 걸 알면 우리는 마지막 몇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애니는 결혼식을 하며 보냈다. 죽음까지 열네 시간을 남겨두고 애니는 혼인 서약을 했다. 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행진했다. 애니는 눈물을 훔치다가 맨 끝줄에 노인을 보았다. “파울로, 저분은 누구셔?” 다시 돌아보니 노인은 거기 없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애니와 파울로는 호텔로 향했다. 밤안개가 끼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애니는 빗줄기 사이로 번쩍이는 미등을 보았다. 한 남자가 소형차 옆에 쭈그리고 있었다. 그가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 “다 젖었네. 저 사람을 도와줘야 해.”, “무슨 문제 있습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남자가 “타이어가 터졌어요. 잭 있습니까?” 파울로가 리무진 트렁크로 달려가 잭을 찾아 남자에게 가져다주었다. “이것 좀 봐. 그 사람이 열기구를 운영한대.” 홀딱 젖은 채 차로 돌아온 파울로가 남자에게 받은 명함을 내밀었다. 호텔에 도착한 애니와 파울로는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애니는 결혼식 첫날밤을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열기구를 타자!”, “안돼, 애니 너무 충동적이야.”라고 한 후 파울로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그가 다시 말했다. “좋아”
그날 새벽, 커다란 바구니에서 애니와 파울로는 손을 잡고 서 있었다. 몇 분 후 기구가 뜨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들이 알지 못한 사실들이 있었다. 조종사가 아직 신참이라는 것. 기상이 완벽하지 않은데도 열기구를 운행했다는 것. 갑자기 강풍이 불더니 벌룬을 휙 밀어냈다. 바람이 점점 세졌다. 순간 수풀이 코앞에 나타났다. “몸을 낮추세요!” 애니와 파울로는 바구니 안으로 주저앉았다. 벌룬이 나뭇가지들과 부딪치면서 바구니에 탄 사람들이 옆으로 쏠렸다.
애니는 쭈그린 채 고개를 들어 빼곡한 나뭇잎 사이로 검은 수평선 같은 걸 보았다. 송전선이었다. 바구니가 닿으면서 전선이 다른 전선과 부딪쳤다. 앞이 환해지면서 번쩍 빛났다. 바구니가 급속도로 추락했다. 갑자기 애니는 자신을 꼭 안는 파울로의 손길을 느꼈다. “애니 뛰어내려!” 애니의 등이 땅바닥에 부딪혔다. 그리고 잠시 후 파울로가 퍽 하고 땅에 떨어졌다. 추락하면서 애니는 타박상을 입었지만, 파울로는 주요 장기에 손상을 입었다. 폐 손상이 가장 심각했다.
파울로가 목숨을 부지하려면 새 폐가 필요했다. 의료진의 대화를 듣던 애니가 말했다. “제 걸 떼세요. 그러면 파울로를 구할 수 있어요!” 의료진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설득했지만, 애니는 악을 쓰며 단호하게 나갔다. 애니는 수술대에 누워서 기도했다. ‘그를 살려주세요, 하느님. 제발 그를 살려주세요.’ 마취 기운이 퍼지면서 눈이 감겼다. 암흑 속에서 결혼식에서 본 노인이 양팔을 벌리며 애니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게 하얗게 변했다.
눈을 떴다. 온통 파랬다. 애니는 몸이 가뿐하다고 느꼈다. ‘여기가 어디지?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애니는 자신의 몸을 볼 수가 없었다. 그녀는 몸이 없었다. 목소리도 낼 수 없었다. 그때 기차 운전석에서 한 청년이 나타났다. 애니가 생각했다. ‘이해가 안 돼요.’ 애니의 생각을 듣고, 청년이 대답했다. “뭐가요?”,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당신은 왜 여기 있는지.” 청년이 말했다. “천국에 오면 지상에서 관계있었던 다섯 사람을 만나기 때문이에요.”
“어떤 사람이요?” 청년이 대답했다. “그걸 알아내는 거죠. 그들은 당신이 살면서 몰랐던 것을 가르쳐줄 거예요.” 애니는 혼란스러웠다. “그럼, 당신이 내 첫 번째 사람이에요? 미안해요. 난 당신을 모르거든요.” 이어서 청년이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하지 마요.” 청년이 철로를 가리켰다. 그러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상상만 해도 마음이 시린 설정에서 이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애니라는 간호사예요. 애니는 젊었기에 끝도 천국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누구나 그렇듯 애니도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쉽지 않은 삶을 살아왔습니다. 새로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기도 하고 진저리 나는 연애에 얽히기도 하고 잃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떠나보내기도 했지요. 애니의 인생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많았어요. 어린 시절 접합 수술을 받은 왼팔과 관련된 모든 기억이 사라졌거든요. 어머니는 아무 설명도 해주지 않고 애니가 잘 알고 사랑했던 세계를 느닷없이 빼앗아버렸고 용기 내어 다가가려던 순간 첫사랑의 소년은 머나먼 바다 너머로 떠나버렸어요.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애니도 닥치는 하루하루 일상을 열심히 살았고 이따금 행복한 순간들이 찾아왔지요. 그러다 드디어 파랑새 같은 행복을 정말로 손에 넣었다고 생각한 순간, 얄궂게도 끝이 찾아온 거예요. 이제 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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