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 최고의 글(다가올 일을 미리 짐작하는 밝은 지혜)

참고도서: 회남자(제자백가의 집성과 통일)
물이 탁하면 물고기가 입을 뻐끔거리고 법령이 까다로우면 백성들이 어지러워진다. 성이 가파르면 반드시 붕괴되고 언덕이 가파르면 반드시 무너진다. 그러므로 상앙은 법을 세웠다가 사지를 찢겼고, 오기는 너무 각박하게 해 거열형을 당했다.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비유하자면 거문고를 연주하는 것과 같다. 굵은 줄을 팽팽하게 하면 가는 줄은 끊어진다. 이런 까닭으로 말고삐를 죄고 자주 채찍질을 하는 것은 1천 리의 길을 달리는 말의 몰이 법이 아니다.
중국 춘추시대, 노(魯) 나라에 ‘양호(陽虎)’라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그는 당시 노나라 세도가의 가신으로, 반란을 꾀하다 그만 들통나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에 노나라 왕은 군사들을 모아놓고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자, 여봐라. 당장 양호란 놈을 붙잡아 들여라. 만약 놈의 목을 가져오는 자에게는 내 후한 상을 내리겠노라.”, “알겠사옵니다. 폐하” 노나라 군사들은 의욕을 불태우며 양호를 붙잡기 위해 성내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갑작스레 성문이 굳게 닫힌 양호는 그만 독 안에 든 생쥐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이고! 이젠 영락없이 죽게 생겼구나.” 양호는 이리저리 도망 다니다 결국 성문 앞에 다다르자 이내 자신의 검을 꺼내 들어 턱을 찌르려는 행동을 취했습니다. 이 광경을 목격한 문지기가 재빨리 양호를 말리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거, 이보시오! 지금 뭐 하는 짓이오. 사람 목숨을 어찌 그리 하찮게 여긴단 말이오.” 그러자 양호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습니다. “난 어차피 죽은 목숨이오. 개의치 마시오.” 그러자 문지기가 다시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자, 그러지 말고 잠시 이리 와보시오. 내 살 방도를 일러주겠소.”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좌우를 살피더니 슬며시 성문을 열어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니, 왜 나를 살려주는 것이오? 분명 내 목에 후한 상이 걸려있을 터인, 즉….”, “난 정치 따위는 관심 없소. 단지 사람 목숨이 소중할 뿐이오.”, “그래, 정말 고맙소이다. 내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은혜는 무슨…. 빨리 도망쳐서 목숨이나 부지하시오.” 양호가 감사 인사를 전하며 서둘러 성문 밖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성문을 빠져나가는 척하던 양호는 이내 다시 문지기에게 돌아와 그를 칼로 찌르고 재빨리 달아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윽, 목숨을 살려줬더니 등에 칼을 꽂는구나, 저런 배은망덕한 놈을 봤나!” 양호가 찌른 칼은 문지기의 어깨를 타고 살 속까지 파고들었습니다. 이에 문지기는 피를 철철 흘리며 곧바로 쓰러져 버렸습니다. “거, 미안하게 됐소이다.” 양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재빠르게 성문을 빠져나갔습니다. 한편 양호가 성문을 빠져나갔다는 소식을 들은 노나라 군주는 버럭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아니, 독 안에 든 쥐새끼도 놓친단 말이냐? 여봐라!! 성문을 지키던 문지기들을 당장 잡아들여라.”, “네, 알겠사옵니다. 폐하”
얼마 후 왕의 명령으로 문지기들은 포박당한 채 끌려왔습니다. 그중에는 양호에게 상처를 입은 문지기도 있었습니다. 노나라 군주는 상처가 심한 문지기를 보고 물었습니다. “너는 어쩌다 그리 심한 상처를 입었느냐?”, “폐하, 성문을 지키다 그만 양호란 자의 칼에 찔리고 말았사옵니다.” 그러자 노나라 군주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봐라! 상처를 당한 저자에게는 큰상을 내리고, 사지가 멀쩡한 문지기들은 모두 참형에 처하도록 하라.” 핵심은 이렇습니다. “단편적인 사건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규정하지 마라.”
양호는 자신의 탈출을 도와준 문지기가 곧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세간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게 됩니다. 물론 그들의 행동이 다 옳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그중 누군가는 뛰어난 안목으로 몇 수 앞을 내다보며 어떤 일을 처리했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와 같은 범부들이 어찌 고수의 말과 행동을 선뜻 이해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늘 그렇듯 고수의 판단은 시간이 흐른 뒤에 판가름할 수 있을 뿐입니다. 과연 여러분은 어떤가요? 단편적인 안목만으로 사건을 해결하시나요? 아니면 몇 수 앞을 내다보면 행동하시나요?
잠시 침묵하며 사색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철학서는 제자백가의 한 유파를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도가를 중심으로 유가, 법가, 명가, 음양가 등 당대 사상의 흐름을 모두 아우르는 통섭의 철학서로서 여전히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당랑거철, 새옹지마 등 고사성어의 유래를 풀어서 알려줍니다. 특히 권력이 집중된 중앙의 시선이 아닌, 제후국의 빈객으로 지내는 문사들의 시선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둘 수 있습니다.

Loveguardian Goods https://loveguardian.creator-spring.com
Loveguardian KakaoView 『(친추) 함께 해 주실 거죠!』 http://pf.kakao.com/_syxmTb
'💕오늘의 베스트 글&영상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 본 최고의 글(물질적·공간적·시간상으로 넉넉하여 남음이 있는 상태 餘裕) (1) | 2022.10.12 |
---|---|
오늘 본 최고의 글(화를 내고 나서, 또는 화를 내지 않았다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분노와 제대로 마주하는 것이 중요하다.) (1) | 2022.10.11 |
오늘 본 최고의 글(우리가 살아가면서 알아야 할 것들도 참 많고 알아 두면 좋은 것들도 많은 거 같다.) (2) | 2022.10.09 |
오늘 본 최고의 글(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힘을 다하고, 여인은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위해 용모를 꾸민다) (1) | 2022.10.08 |
오늘 본 최고의 글(나를 더 비참하고, 불쌍한 존재로 만들면 상대방이 떠나지 않을 거라는 건 100% 착각입니다.) (1) | 2022.10.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