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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 최고의 글(그렇게 보람과 회의, 기쁨과 우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며 살아간다. 모든 의사가 그러하듯이)

by LoveGuardian 2022. 8. 30.

오늘 본 최고의 글(그렇게 보람과 회의, 기쁨과 우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며 살아간다. 모든 의사가 그러하듯이)

참고도서: 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간절히 살리고 싶었던 어느 의사의 고백)

 

불행히도 나는 환자를 편안하게 죽이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환자를 죽일 수단에도 합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환자를 위해 무언가를 해줄 능력이 충분한데도 그걸 해 줄 수 없다는 것은 의사에게 또 다른 절망감을 안긴다. 환자는 자기 건강 상태의 모든 것을 주치의와 상의하면서도 죽음만큼은 상의할 수 없다. 통증이 오면 잠시 진통제로 마비시키지만 답답함, 무력감, 자괴감 같은 감정은 막을 도리가 없다.

그렇게 홀로 아픔과 싸우며 언제일지 모를 삶의 마지막 날을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 그게 얼마나 외로운 일일지 내 처지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2015년에 두 명의 김영호 씨를 만났다. 두 사람 모두 당시 환갑을 맞은 61세였고 당뇨병을 앓고 있었다. 한 사람은 서울 시립 보라매병원에, 다른 한 사람은 서울대병원 특실에 입원했다. 두 사람은 이름도, 병명도 같았지만, 삶의 궤적은 완전히 달랐다. 보라매병원에서 만난 김영호씨는 달동네에서 컸고,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했으며 쪽방촌에 살면서 몸 쓰는 일로 겨우 생계를 이어갔다.

 

그는 30대 초반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특별한 증상이 없으니 더는 병원에 가지 않았다. 그리고 10년이 흘렸을 때, 자꾸 살이 빠지고 입이 바싹바싹 타들어 갔다. 병원을 찾은 그는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2주마다 보면서 혈당 조절을 하자고 했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그에게는 그럴 여력이 없었다. 그가 병원에 가는 것은 1년에 한 번뿐이었다. 약을 한 번에 많이 달라고 했지만, 의사는 완강했다.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니 6개월에 한 번은 병원에 오세요김영호 씨는 사느라 바빠서 약속을 지킬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약은 항상 부족했고 처방받은 약도 생각날 때만 입에 털어 넣었다. 그러던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다. 가슴에 통증이 찾아왔다. 협심증(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인 관상동맥이 동맥경화증으로 좁아지는 질환)이었다. 동네 병원에 갔더니 심근경색이 올 수도 있다며 큰 병원에 가라고 했다. 그리고 임시방편으로 노란 알약을 주었다. 김영호 씨는 돈이 얼마나 들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다행히 의사가 처방해준 노란 알약은 효과가 있었다. 아프지 않으니 굳이 병원에 가지 않았다. 그로부터 약 1년 뒤. 그는 막노동을 하다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다행히 그는 죽지 않았다. 시술을 마치고 시트를 들쳤을 때, 검게 변한 발가락이 눈에 들어왔다. ‘당뇨발(당뇨병성 족부 질환)’이었다. ‘당뇨발이 진행되면 혈액 순환이 되지 않아 까맣게 썩어 들어간다.. 그의 발가락은 썩어 떨어져 나갔다. 퇴원 후 그는 다시 병원에 오지 않았다.

 

서울대병원 특실에서 만난 김영호 씨는 사뭇 달랐다. 그는 평범한 가장에서 자라 명문대에 진학했고 박사 학위까지 취득해 대기업의 이사가 되었다. 그는 1년에 한 번씩 꾸준히 건강검진을 받다가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그는 의사의 조언대로 회식 자리를 줄이고 식단 조절을 했으며 운동도 규칙적으로 했다. 아내는 당뇨병에 좋다는 음식을 챙겨주었다. 어느 날 그에게도 협심증이 왔다. 아침에 조깅을 하다가 가슴에 통증을 느꼈고, 즉시 서울대학교 병원으로 와서 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시술을 받기 위해서 특실에 입원했다. 시술은 문제없이 끝났다. 다른 합병증은 없었고, 발가락이 썩지도 않았다. 입원한 그의 곁에는 늘 아내가 있었고, 저녁 시간이면 아들과 딸이 번갈아 병문안을 왔다. 그를 볼 때면 또 다른 김영호 씨가 생각났다. 같은 이름, 같은 나이, 같은 병의 환자는 왜 이렇게 다를까. 만성질환 관리에는 빈부격차가 뚜렷하다.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이 흔하게 생긴다. 가난한 사람은 더 많이 아프지만, 치료는 덜 받는다. 먹고 살기 바빠서 건강을 돌볼 시간도, 심적 여유도 부족하다.

 

의사는 건강 불평등을 가장 적나라하게 목격한다. 현재의 생계를 챙기느라 내일의 건강을 돌볼 여력이 없다는 그들을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죽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지만 죽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는 걸 매 순간 나는 뼈저리게 느낀다. 외로이 아픈 사람들의 이 담겨 있다. 어떤 사람은 그렇게까지 아프지 않아도 되는데도 유난히 더 아프다. 그녀는 현대 의학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아픔과 사회적 차별 앞에 으스러진 건강과 생명에 대해 털어놓는다. 이는 비단 그들이 가난해서’, ‘소수여서일어나는 일만은 아니다.

 

너무 낯설고 어려워 보이는 탓에 전문가가 아니면 들춰보지 않으려 했던 보건의료 정책은 덕분에 여기저기 허점이 있고, 그 허점은 어쩌면 우리를 더 아프게 만들 수도 있다. 세상 곳곳의 면면을 담은 환자들의 이야기는 더 나은 세상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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