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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 최고의 글(장애인을 장인으로 만들고, 구두 한 켤레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우리에게 성공이란 함께하는 것, 그리고 계속하는 것입니다”)

by LoveGuardian 2022. 8. 15.

오늘 본 최고의 글(장애인을 장인으로 만들고, 구두 한 켤레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우리에게 성공이란 함께하는 것, 그리고 계속하는 것입니다”)

참고도서: 꿈꾸는 구둣방(소리 없이 세상을 바꾸는 구두 한 켤레의 기적)

 

아지오 구두를 신을 때 저는, 발만 편안한 게 아니라 마음도 따뜻해집니다. 일을 하고 월급을 받아 세금을 내면서 자부심 높은 시민으로 살아가는 듣지 못하는 이웃 사람의 모습이 떠올라서요. 세상의 구두는 다 노동자가 만든다는 사실을 물론 압니다. 그렇지만 아지오 구두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사람을 대체한 자동화 공장이나 인건비 저렴한 외국의 공장에서 만들어온 구두와 다릅니다.

함께 살아가는 이웃의 존재를, 타인과의 관계가 제 삶에 주는 의미를 뚜렷하게 느끼게 하지요. 중학교 입학 즈음 시력을 완전히 잃은 나는 성인이 된 후에도 내 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했습니다. 얼마 안 되는 돈을 가지고 무작정 서울 가는 기차를 탔습니다. 서울 거리를 헤매고 다니다 영등포에서 노숙을 했습니다. 집을 나온 지 보름이 흘렀을 때, 한 노인이 내게 다가와 구걸을 했습니다. ‘저 모습이 나의 미래가 될 수도 있어!’ 바닥을 보고서야 시선이 앞을 향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 재활 훈련을 받고 책도 다시 들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 11년간 방송 리포터로 활동하다가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의 설립에 뛰어들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장애인 복지에 헌신하기로 한 것입니다.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운전과 꽃꽂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야심 차게 준비했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가난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취미가 아니라 일자리였습니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처음부터 다시 생각했습니다.

 

예전에 취재차 유명한 구두 공장에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청각장애인이 아주 많았습니다. 귀가 안 들리는 대신 집중력과 손재주가 좋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 구두 회사를 만들자!’ 경기도 파주시에 작은 조립식 공장을 얻고, 중고 기계와 구두 만드는 장비도 샀다. 청각장애인 6명을 채용해 구두 만드는 풍경을 설립했습니다. 구두 브랜드의 이름은 우리가 만든 구두를 신고 편안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탈리아어로 편안한이라는 뜻의 아지오로 지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는 40년 차 구두 장인, 안승문을 섭외했습니다. 어렵게 아지오에 들어오기로 한 그는 내게 한 가지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구두는 제대로 만들어야 합니다.” ‘장애인이 만든다는 데 하나 사주자가 아니라 품질이 좋은데, 장애인이 만든다니 의미도 좋네?’라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은 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는 그 답이 수제화를 통한 고급화에 있다고 보고 구두 안감까지 천연 가죽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기성화와 비교해 가격이 높다 보니 처음 한 켤레를 사도록 마음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나는 브로슈어를 옆구리에 끼고 영업을 하러 다녔습니다. 하루는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가 옆에 있는 손님한테 우리 구두를 설명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냥 이거 들고 가세요우리가 구걸하러 온 줄로 알았던 주인이 천 원짜리 지폐를 손에 쥐여주었습니다. 다 먹지도 못한 밥값을 치르고 조용히 식당을 빠져나왔습니다. 구두를 사준다는 곳이라면 우리는 어디든 갔습니다. 그럴 때마다 좋은 일을 한다라고 인정은 받아도,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기는 힘들었습니다.

아홉 번 거절당하고 나서야 한 명이 사줄까 말까였고, 좀 벌었다 싶으면 고정비용으로 다 나가고 빚까지 생기니 압박감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더 가면 다 죽는다!’ 2013830일 아지오는 문을 닫았습니다. ‘아지오 고객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믿음과 신뢰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 노력했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고객 여러분께 평생 A/S를 해드리겠다는 약속을 더 이상 지킬 수 없게 되어 너무 죄송하고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건강하십시오.’ 나는 폐업 소식을 알리는 글을 올렸습니다.

 

아지오를 접은 뒤 나는 아지오에 대해 아쉬움과 뿔뿔이 흩어진 식구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청와대 비서관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뒤이어 들려온 말은 더 놀라웠습니다. “대통령님이 신발을 다시 사고 싶어 하시는데 발을 재러 들어와 주시겠어요?” 2012년 국회에서 열린 행사에서 구두를 판매할 때였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선거운동을 하다 와서 구두 한 켤레를 사고는 그 자리에서 갈아 신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 구두를 신고 있을 줄은 몰랐고 다시 아지오를 찾으리라는 건 더더욱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저희가...... 지금은 문을 닫았습니다.” 나는 전화를 끊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습니다. 회한의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며칠 후, 지인에게서 놀라운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지오 구두를 신어 화제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대통령의 검소함을 칭찬하는 한편, 무슨 신발이기에 밑창이 닳을 때까지 신었나 궁금해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지오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것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사람들이 찾아와 동업하자고 했습니다.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돈깨나 벌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드리더라도 청각장애인들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아지로를 다시 살릴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본질을 지키면서 단단히 다져가야 합니다. 아지오를 지지한 명사들과 오랫동안 조용히 애써준 후원자들, 그리고 수많은 고객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답이었습니다. 아지오가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아지오가 더 큰 기업이 될 수 없는 이유와 같습니다.

 

원칙에 타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지오는 대통령의 구두로 주목받고 이효리가 광고하는 유일한 기업이 되며 수차례 이슈의 중심에 섰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고, 무조건 빠르게 많이 만들어내지 않았습니다. 청각장애인이 직접 만들어야 아지오 구두이기에, 속도와 품질을 동시에 추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윤은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기업의 존재 이유입니다. 아지오에게 성공이란 청각장애인을 장인으로 만들고, 오랫동안 함께하는 것, 그리고 사업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이런 아지오의 비전과 원칙이 그들을 마음이 가는 기업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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