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 최고의 글(“비행사, 그 너머에서 만나게 될 사유” 매력적인 공중의 역사에서 색다른 지식의 세계로 빠져든다. 아는 만큼 재미있는 비행)

참고도서: 플레인 센스(지식의 경계를 누비는 경이로운 비행 인문학)
상식은 그렇게 보편적이지 않다. 서구 사회의 비행에 대한 상식과 우리가 가진 상식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행동이 종종 해외에서 큰 오해와 파장을 일으키는 것도 이런 상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조종실을 화장실로 착각한 실수로 비행기가 회항하고 엄청난 벌금과 구속 처분까지 받을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외국 비행기에서는 종종 건장한 젊은 남자가 객실 맨 앞이나 맨 뒷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승객이 승무원의 통제를 따르지 않거나 만취 상태로 주정을 부리면 어디선가 나타나 단호하게 승객을 제압한다. 이들의 역할은 비행 중 기내에서 혹시 발생할 수도 있는 테러를 제압하는 것인데 바로 ‘에어마샬’이라고 불리는 보안승무원이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보안승무원이 기내에서 실제 테러범을 사살한 적이 있다.
1971년,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에는 월북을 요구하는 테러범이 타고 있었다. 범인 김상태가 월북하려 한 동기는 알 수 없지만, 당시 휴전선과 인접한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에는 월북을 유도하는 ‘삐라(선전이나 광고, 선동하는 글이 담긴 종이를 말하는 북한어)’가 대량으로 살포됐다. 강원도 고성에 살던 22살 청년 김상태는 탄광에서 일하는 친구로부터 폭탄 제조 방법을 익혔다.
1월 23일, 오후 1시 7분 그는 직접 만든 폭탄을 가방에 넣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비행기가 홍천 상공을 지날 즈음 김상태는 가방에서 폭탄 두 개를 꺼내 던졌다. 조잡한 사제 폭탄이었지만 위력은 강력했다. 폭음과 함께 객실 바닥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고 기내는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기장은 간첩에 의한 테러를 직감하고 관제소에 납치 상황과 비행기의 위치를 통보했다. 김상태는 폭탄을 거머쥐고 조종실로 뛰어 들어가 당장 북으로 가지 않으면 조종실에 폭탄을 던지겠다고 위협했다.
기장은 요구대로 비행기를 북쪽으로 돌리며 재빨리 비상착륙할 곳을 찾기 시작했다. 비행기가 휴전선에서 불과 5km 떨어진 화진포 상공에 이르렀을 때 기장은 북한 영공으로 넘어왔다고 속이고 강하했다. 그러나 해변의 지형을 보고 화진포임을 알아챈 김상태가 폭탄을 던져버리겠다며 날뛰자 기장은 고도를 올려 북으로 비행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기장의 납치 상황 통보를 접한 공군은 즉시 F-5 전투기 두 대를 출격시켰다. 비행기를 발견한 공군의 전투기들은 비행기가 북쪽으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좌우로 에워쌌다.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한 기장은 북한 측의 미그기가 요격(공격해 오는 대상을 기다리고 있다가 도중에서 맞받아치는 것)하는 것이라고 김상태를 속였고 그는 그 말을 믿었다. 그 사이 객실 승무원은 김상태를 속이기 위한 거짓 기내 방송을 했다. “이 비행기는 지금 북한 영공으로 들어왔습니다. 북한에 착륙할 수밖에 없게 되었으니 가지고 있는 신분증을 지금 모두 찢어버리십시오!” 방송을 마친 승무원은 객실을 돌아다니며 승객들에게 통곡해달라고 요청했다. 승객들이 울기 시작했다.
“아이고, 혼자 남은 우리 어머니는 어쩌나.” 보안승무원은 승객들을 위로하는 척하며 조종실에 있는 김상태에게 접근했다. 그의 품에는 장전된 권총이 숨겨져 있었다. 김상태가 전투기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보안승무원은 권총을 뽑아 발사했고 김상태는 절명하며 폭탄을 떨어뜨렸다. 조종실에서 폭탄이 터지면 비행 시스템이 무력화되어 비행기가 그대로 추락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부기장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날려 폭탄을 품에 끌어안았다. 폭탄은 그의 하복부와 어깨 밑에서 폭발했다. 다행히 조종 시스템은 손상을 입지 않았고 기장은 고성군 바닷가에 비상착륙했다.
치명상을 입은 부기장은 응급 치료를 받았지만, 서울로 이송되는 도중 구급차 안에서 사망했다. 정부는 그에게 보국훈장을 추서 했다. 항공 보안이 엄격한 국가에서 공항 보안 요원의 검색에 불응하거나 비행 중 승무원에게 위협적인 행위를 할 경우 현장에서 체포되어 법적 처벌을 받는다. 우리나라와 달리 전 세계 대부분의 항공 당국은 보안 검색을 거부하거나 검색을 방해하는 승객의 탑승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비행 중 안전을 위협한 행위에 대해서는 정식 재판에 넘겨 상당히 무거운 처벌을 한다.
“조종사는 GPS의 안내에 따라 비행기의 자동 장치를 조작하는 오퍼레이터(operator)가 아니다. 에어라인 조종사의 역할은 어떤 상황에서도 목적지까지 비행기와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다. 린드버그와 스미스, 울름이 그랬던 것처럼 조종사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끊임없이 발전시켜야 하며, 그런 부단한 노력만이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우연성을 상대로 승객의 절대 안전을 책임질 수 있다.” 또한 저자는 비행의 역사를 되짚으며 개인이자 조종사로서, 그 책임과 역할에 대해 말한다. 우리가 가장 안전한 이동 수단으로 비행기를 떠올리는 것은 기술의 발전이라는 단편적 사실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무수히 많은 사람이 엮어 이룬 발전과 공중을 지킨 개개인의 역할로, 공중의 역사는 단단하게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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