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 최고의 글(어디서도 본 적 없는 마을, 어디에서도 들은 적 없는 이야기가 그곳에서 시작된다)
참고도서: 타오르는 마음(죽을힘을 다해 지켜내는 선의 의미)
우리 이야기가 매스컴을 타고, 우리의 영화가 나오고, 우릴 위한 축제가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우리를 추앙하기 위해 마을을 오가는 동안에도 사불은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늘 이곳에 있었다. 박물관 관리인으로 일하며 사불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렸다. 나는 무언가, 여태껏 내가 빼앗겨온 것들보다 더 근본적인 무언가를 도둑맞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비말은 지도에 표기조차 되지 않은 작은 마을이다. 이곳은 운전자들이 쉬어가는 중간 거점으로, 운전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 평화는 급격히 무너져내렸다. 30년 전 생긴 고속도로 때문이었다. 모두가 고속도로를 타고 비말을 그냥 지나쳤다. 마을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상실감과 소외감’ 마을 인구는 200명 안팎으로 줄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서 시체가 발견됐다. 사건의 문을 연 자는 중년의 수의사였다.
해돋이만이 유일한 볼거리인 마을에서 사람들은 관광 산업에 기대를 걸었다. 그들은 매년 마라톤 대회를 열었다. 수의사가 1등으로 마지막 구간에 들어선 순간 그녀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그것은 검게 뼈만 남은 인간이었다. 그리고 그해 말, 평원에서 다섯 구의 시체가 더 발견되었다. 전문가들은 연쇄 살인을 공표했다. 얼마 후, 평원의 살인마를 소재로 한 영화팀이 이곳을 찾았다. 그들은 마을 외곽에 세트장을 세웠다.
촬영 기간 석 달 동안, 수백 명이 비말을 다녀갔다.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 처음으로 빛이 돌았다. ‘우리가 겪은 참혹한 사건이 돈이 될지도 모른다. 아니 확실히 돈이 된다.’ 그 후 영화<평원의 살인마>가 개봉했고 놀랍게도 이것이 흥행했다. 그 해, 마을 축제에는 2,000명이 다녀갔다. 다음 해, 축제가 변했다. 노골적으로 살인마의 행적을 전시하기 시작했다. 살인마의 이동 경로를 추측하는 현장 답사도 생겼다. 사람들은 생존 앞에서 힘을 잃었다.
마을 사람들은 살인마를 미워하면서도 좋아했다. 멸시하면서도 두려워했다. 9년 전 시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수의사였지만, 그 이전에 목격자가 있었다. 바로 나였다. 내 이름은 밴나. 친구들과 해돋이를 보러 가기로 한 날. 너무 들뜬 나머지 잠들지 못한 나는 새벽에 먼저 평원에 나가기로 결심했다. 호기롭게 평원으로 뛰어들었지만, 평원 한가운데서 나는 불현듯 공포에 질렸다. 본능적으로 바닥에 엎드렸다.
그때 멀리서, 차가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비명과 함께 사람이 튀어나왔다. “살려주세요” 도망자는 비명을 내지르며 평원으로 달려들어 갔다. 나는 너무 무서워서 얼굴을 박고 흐느꼈다. 내 옆에 무언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무언가가 내 옆에 있었다. 그것은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일그러진 눈과 비틀어진 코, 어두운 반쪽의 얼굴. 그것은 나를 바라보다 몸을 일으켰다. 얼마 후 평원 저편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나는 범인을 본 유일한 목격자였다. 범인이 잡히지 않은 지 9년이 흘렀다. 오래된 연쇄 살인 사건은 더는 흥미를 끌지 못했다. 마을을 찾던 관광객은 해마다 절반씩 줄어들었다. 더는 돈벌이가 되지 않는 축제를 이틀 앞둔 어느 날 9년 만에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피해자는 ‘나조’라는 여자였다. 그녀의 아들은 9년 전, 평원에서 살해된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나조가 살해된 날 그녀는 나에게 마지막 전화를 해서 흐느끼며 말했다.
“고고 밴나!” ‘고고 밴나’는 내가 TV 퀴즈쇼에 나갈 때, 나조와 내가 정한 둘만의 암호였다. “OX 퀴즈는 내게 맡겨. O면 ‘밴나, 밴나’라고 응원하고, X면 ‘고고 밴나’라고 외칠 테니까.” 그런데 그녀가 ‘고고 밴나’를 말하고 죽었다. X. 무언가가 틀렸다고 말하고 있었다. 무엇이 틀렸다는 걸까. 한 사람이 아닌 전체를 장악하고 있으며, 존재하되 드러나지 않는 악의 모습. 살인 사건은 마을의 역사에서는 흉사였으나, 먹고살 게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조차 먹잇감으로 받아들여지며 경사로 변해간다.
죄책감, 인간애, 윤리 의식보다 돈과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당위가 앞선다. 그런 와중에 이 소설은 추악한 이기심 앞에 혼신의 힘을 다해 악몽을 희망으로 전복시키려는 한 소녀의 선의 의지를 보여준다. 인간은 잔혹하고 잔인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고통으로 인해 자신을 돌아보며 또 그 고통으로 인해 타인의 마음과 서로 교통할 수 있다는 명확하고 중요한 사실을 소녀로 인해 깨닫게 된다. 아마도 이두온은 온통 암흑뿐인 세상 속에서 오롯이 살아남아 희망이 되어야 한다는 간절한 의지의 메시지를 세상에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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